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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백야, 그 사랑 / 이영춘

 

      백야, 그 사랑

                              이영춘

 

 

 

 

 

달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싶었다

담 모퉁이를 돌아가던 달 그림자 어깨에 손을 얹듯이

천 년 동안 고였던 물방울들이 주르르 빙하를 타고 쏟아지듯이

그에게로 기울었던 장미꽃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눈물이고 싶었다

 

둘이면서 하나였던 푸른 빙벽의 길, 길 무늬 따라 무지개꽃 수 놓으며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길이 없어도 있는 듯이 길이 있어도 없는 듯이

 

고전의 문지방을 깨고 러시아의 백야에 홀로 서듯

우울과 생각이 잠 못 들게 하는 밤,

나는 몽상가처럼 저무는 창가에 오래도록 앉아

백야를 꿈꾸었다 그가 떠난 길 위에서 그와 만난 길 위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하여 백야, 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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