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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을 주는 것들

침입 intrusion

 

  내가 '제외exception'라는 단어보다 '침입intrusion'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침입자intrusus라는 단어가 출생과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이 언젠가 부

정적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시간을 모르므로 부정도 모른다. 그것

은 먼저 생존자에게 다가간 연후에 규범을 벗어난다. 중심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바로 중심의 한복판에 위치한다. 예술은 행위, 행위 그 자체, 엄밀한 의미에서의

도(道)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삶의 어느것도 창조가 아닌 것은 없다.

  그런 게 바로 삶이다. 그것이 바로 길(道)이다.

  라틴어로 intro-ire는 '안으로 가다'라는 의미이다. 삶의 길로 들어선다는 말이

다. 태어난다는 뜻이다.

  침입자intrusus는 강제로 들어가는 사람, 들어갈 권리가 없는데도 강압적으로

들어가서 내쫓기는 사람이다.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다. 이것이 '침입자'란 단어에

대한 공통된 훌륭한 정의이다.

 

 

                                파스칼 키냐르 소설, 『떠도는 그림자들』,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