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
이미산
일 미터 거리로 마주앉은 당신과 나,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는다
의례적인 안부는 싫어,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철학적 팔짱을 낀 당신은 오른쪽
다리를 가볍게 떨어준다
아침마다 태양이 앞집 창문에 당도할 때
여자는 창문 너머로 사라진 식구들의 밥그릇을 씻는다
버스를 기다리며 고양이는 털을 고르고
노란가방을 맨 아이들은 버스에 오른다
나는 홀짝,
당신은 뻐끔,
홀짝과 뻐끔으로 채워가는 하루 또 하루
습관적으로 빈 잔을 핥고
습관적으로 입술을 오므렸다 펴며
태어나지 않은 시간의 무덤을 서둘러 파는 손가락들
홀로 반짝이며 서로의 둘레를 돌고 도는
당신과 나,
이토록 먼
별의 거리
당신의 등 뒤로 다가온 구름이
내 찻잔 위를 기웃거린다
홀짝과 뻐끔이 스치는 지점에서 이파리 하나 툭,
당신과 나 사이로 내려앉는 어스름
다시 공기방울처럼 뻐끔거리는
입술과 입술
계간 『시인시각』, 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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