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북쪽에 태풍이 불었을 뿐이다
낚시 바늘에 심장이 꿰였다고 생각하는
곤이라는 물고기
아가미 벌렁거리며
위해의 바닷가에 누워 있다
햇빛 속 꽃그늘 찾아
사력을 다해 하늘로 솟구치다
물 밑바닥에 뒹굴다
누가 물고기에 낚시를 던진 것인가
물고기에 낚시를 던진 이 없으니
낚시에 걸린 물고기 없다
바람 따라 북해를 헤엄쳐 간 그가 있을 뿐
내 몸의 아홉 개 구멍을 죄다 열어
하늘에 대고 피리를 분다
피리 소리 일렁이는 물결 만들고
벗겨진 비늘 물방울 되어 하늘로 오르더니
곤이라는 놈, 붕새의 이름 달고
구만 리 회오리바람 타고
내게로 내려온다
피리 분 사람 없으니
피리 소리 들은 사람 없다
바람이 구멍을 열어 소리 냈을 뿐
단지 북쪽에 태풍이 불었을 뿐이다
정영숙 시집, <하늘새>,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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