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륵한 눈길
여의도공원 벤치에 언뜻 졸음이 비치는가.
느른한 강을 따라 하구언 위로 일제히 비상하는 새떼,
남해 섬들을 휘돌아 북상하는 꽃들의 전선,
신부가 온다고 누가 트럼펫을 부는가.
겨울 적막을 깨는 황사바람의 손짓.
벌어질락 말락 눈뜨는 산수유 꽃망울과
새끼 밴 암양의 젖꼭지같이 발갛게 물드는
자목련 가지 끝아, 갸륵한 눈길.
장충길 시집, <바람의 사람>,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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