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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론의 강

  아케론의 강

 

        이미산

 

 

 

  슬픔을 짊어진 자 그 강을 건널 수 없다는데

 

  나는 하염없이 울었네 강가의 당신께 닿도록

 

  내 울음의 팔할은 당신의 살아생전

  불우에 저항하듯 차곡차곡 채워간 출산과

  망각을 기도처럼 안고 잠든 오두막, 그렇게 불려나간

  슬픔

 

  해가 뜨면

  생의 근육이 키워내는 결심, 내일을 위해 틀어막는 오늘의 숨구멍, 누를수록 기를 쓰고 번성하는 슬픔의 속성

 

  변방으로 밀려난 어느 소수민족은

  공작날개 수놓은 옷을 입고 숭배하는 조롱박 달랑거리며 지칠 때까지 축제를 벌인다는데, 잊으려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의 속성

 

  망자의 껍질은 산 자의 몫

  몸만 취하는 여정, 그 오롯함이 건너는 배 삯은 동전 한 닢이라는데

 

  몸뿐인 당신은 편안하고

  내 슬픔 잊은 듯 평화롭고

 

  우리 사이 그 강

  조롱의 문장처럼 반짝이는 물빛

  빵 한 조각 살 수 있는 그 동전 한 닢

 

                  계간<다층>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