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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 이미산


 

베란다

              이미산

 

    


 

우리가 된 이후

베란다가 생겨났다

 

두 개의 의자를 겹쳐 놓고

무릎 위에 늙은 구름을 앉히고

 

나는 나를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을 생각한다

배고픈 베란다

 

우리가 심은 꽃들, 두 개의 심장이 피워낸 꽃은 실제보다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목록, 곁눈질까지 기록되는 꽃들의 거짓말

 

어우러져서 꽃이라는 노래와

저마다의 향기가 꽃의 본질이라는 목소리가

예의를 다해 우리를 채울 때

 

구름은 침묵한다

성당 종소리는 침묵을 버무려 소나기를 불러낸다

 

처음을 기억하는 소나기………

 

보글보글 물방울과

빨라지는 걸음과

상상으로 뜨거워지는 각자의 베란다

 

우리는 한 번 더 구름놀이를 한다

외롭다는 말 대신 처음처럼 웃는다

 

혼자 서 있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자라는 베란다

 

어디서 바라보건

나를 수정하기 좋은 장소


                        계간 <모:든시> 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