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파블로 네루다
이길 수 없는 계절! 빛 바랜 공기, 침범자인 창백한 삭풍은
하늘가에 쌓여가고, 눈이 머무는 모든 곳을 향해 짙은 우유처
럼, 굳어진 커튼처럼 끈질기게 존재한다. 그리하여, 그 이상
한 본질의 포로가 된 존재는 외톨이가 되었음을 느끼고, 가까
운 하늘에 애워싸여, 하얀 해안 앞에서 부서진 돛을 움켜쥐고
있다. 견고한 것으로부터 버림받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세
월의 흐름 앞에서 안개 집 속에 머문다. 저주, 공포! 상처받고
버림받은 것처럼, 거미줄을, 상복을, 神父 옷을 택한 것처럼,
이 세상에 그리도 염증을 느껴 숨은 것처럼, 스핑크스, 금, 불
길한 운명에 대해 말한 것처럼, 매일매일 입는 옷에 재를 묶
은 것처럼, 망각의 맛으로 땅의 기원을 입맞춤한 것처럼. 그
러나, 아니다. 아니다.
암울하게 떨어지는 비의 차가운 물질, 부활 없는 고통, 망
각, 추억이 없는 내 방의 벽에, 빛이 없는 내 옷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차 살 수 있을까? 직선으로 뻗는 느릿한 빛은
단 하나의 어두운 물방울이 되기까지 얼마만큼이나 압축에
압축을 거듭할까?
완강한 움직임, 수직적인 길, 그곳의 정점으로 가끔 오른
다. 부드러운 동료들, 무지막지한 동료들, 존재하지 않는 문.
나는 매일 혼수 상태의 빵 한 조각을 먹는다. 그리고, 외로운
물을 마신다.
자물쇠장이가 울부짖는다. 말이 달린다. 비에 젖은 가엾은
말, 긴 채찍을 든 마부는 기침한다. 불쌍한 인간, 나머지, 저
멀리 떨어진 것들까지도 정지 상태에 있다. 유월에 덮여서.
젖은 식물들, 입을 다문 동물들은 물결처럼 서로 합쳐졌다.
그렇다. 무슨 겨울 바다가, 무슨 추억이 다시 솟아나 살아남
겠다는 것이냐? 겉으로는 죽은 것 같은 추억이 긴 죽음의 돛
으로 가득 찬 이 짙은 표면을 건너온단 말인가?
가끔 오후가 되면 빛을 유리창에 접근시킨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형편없는 나를 지탱한다. 너무나도 약한 벽
들 사이에서, 낡은 관과 같은 축축한 곳에 눕는다. 꿈을 꾼다.
하나의 부재에서 다른 부재를,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도. 꾸어지는 꿈, 씁쓸한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