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하루
이미산
종일 꽃샘바람이다
나는 창문에 끼어 울고 있다
발가벗고 지붕 위로 올라갈까요 경사지에 누워 아아
소리칠까요 저 바람을 훔쳐 내 심장에 가둘까요
하늘 끝까지 가 닿을 자유
구겨진 종이 검은 비닐 썩지 않는 이파리들
시계바늘 떼어내 사다리 만든다 사다리 구부려 바퀴 만든다 거꾸로 가는
세발자전거 탄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되돌아오는 내 발자국 침묵하는 지붕
위로 던져버린다 잘 가라 낡은 시계
꿈속에 본 그 마당에 첫 발자국 찍어야지 빨강색 운동화 신고 잎사귀 같
은 풍선 같은 뜨거운 혓바닥 새겨야지 어서와 처음 사랑해 처음
너의 목구멍을 보여줘
미끈거리는 갯벌 속
어둠의 경사지에 꽁꽁 숨겨놓은 사나운 바람을 꺼내줘
둘 빼기 하나는 하나, 속삭이면
바람은 돌이라 하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바퀴, 중얼거리면
바람은 처음이라 하네
창문에 끼어 울고 있는 입술이라 하네
내 골骨을 파먹는 검은 태양을 초대해야 겠네
화살을 주세요 기다란 혀를 주세요
차라리 귀신이길
계간<시로 여는 세상>, 2014년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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