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의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시를 알고 나서 좋아한 시.
조용히 소리내어 읽다보면, 추억 속의 한 여자를 뛰어넘어, 내 안의 가장 소중한 것,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갖고 싶은 것, 그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귀한 것,......
무한으로 뻗어가는 욕망의 뿌리를 건드리는,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삶의 근원적인 쓸쓸함을 불러오는, 오롯이 읽히는 빛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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