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구에서 뜯겨나간 갈비뼈다*/이미산
달은 지구에서 뜯겨나간 갈비뼈다*
이미산
사춘기가 되자
가슴에 구멍 하나 생겼다
잊으려는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이
부딪쳤다 갸웃거리는 습관이 생겨나고
어떤 밤엔 구멍이
울었다 나는 몸이 저려와 눈을 감았고
가본 적 없는 나의 태초에 닿았다
먹고 자고 뛰어노는 들판
해가 지면 어둠뿐인 세상
동굴에 누워 동그랗게 구부리는 아이
누군가 달을 구멍이라 불렀다
은하수는 구멍을 키우는 눈물이라 했다
이따금 달은 개울까지 내려왔고
우리는 그냥 오래 바라보았다
구멍과 구멍 사이
서정의 나무 한 그루
밤이면 무성해지는 잎사귀들
내 목은 23.5도 기울어졌다
*마르셀로 글레이서『최종이론은 없다』, 조현욱 역, 까치. p.223
계간<다시올 문학> 2023년 여름호
사춘기
가슴에 구멍이 생겼다
구멍은 자주 울었다
구멍 속으로 한없이 달리면
동그랗게 몸을 말아 동굴에 누운 내가 있다
사람들은 달이라 불렀다
은하수는 달이 흘린 눈물이라 했다
나는 구멍의 가계이므로
달이 개여울에 왔을 때
어미를 만졌다 환하면서 어두운
가슴을
부서지고 재생되는
시간을
달콤하며 저리고
찌르듯 간지러운 통증
깊이를 모르는 구멍에 채워지는
은하의 한 줄기
누군가는 사랑이라 부르고
나는 서정이라 부른다
달이 뜨지 않아도 억년을 부려놓는
미지의 이파리들
해독하기 위해 갸웃거리는 습관이 생겨나고
내 목은 23.5° 기울어졌다
2023년 동인지 <시터>8집 수정작 재수록
2023년 12/16일, daum 카페 <푸른 시의 방> 오늘의 좋은 시,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