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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장국영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3. 4. 20. 12:16

  이를테면 장국영 

 

    이미산

 

 

  지난밤에 만난 행운의 별똥별

  혹시 모를 불운에 미리 웃기로 했다

 

  한껏 입을 벌리자

  검은 깃털이 빠져나왔다 내 머리 위를 배회하는

  극락조 한 마리

 

  단숨에 벌어지는 하강이 있었다 뒤집힌 배에서 쏟아지는

  소나기가 있었다 그리고 암전된 과거와

  모르는 미래 사이에 걸려있는 무지개

 

  다들 저기로 몰려갔구나

  근심을 두고 건너가는 속리교처럼

  너무 일찍 무지개가 된 사람들

 

  일찍 피었다 스러지는 꽃이었나

  비현실적이어서 서성이는 별이었나

  불분명하게 남겨진 웃음

 

  찾아 헤맨 그곳이 맞는지

  난간에 서서 이곳처럼 웃고 있는

  이를테면 장국영 씨

 

  그의 맘보춤을 따라 하다

  귓속말로 묻는다

  그곳은 날마다 만우절입니까

 

                 계간 <예술가> 2023년 여름호 "이 시인을 묻는다" 특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