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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나귀입니까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3. 1. 1. 17:15

당신은 당나귀입니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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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당나귀입니까

 

        이미산

 

 

 

 

  허전한 등 견딜 수 없다

 

  스스로 길들여진 목줄

  매순간 채찍이 필요해

  그것이 사랑이라 믿을 때

  계속되는 가혹과 마조히즘의 매혹과 찌그러진 웃음의 하모니

 

  잘 지내지?

 

  누군가 놓고 간 우연의 성냥개비

  불꽃이 인다 들숨과 날숨의 풀무질 번져나가는 서러운 들판 동시에

빠져나오는 울음의 아우성 농익은 고통이 말라붙어 서정의 기원이

되고

 

  당신을 이해한 당나귀가

  명치에서 꺼낸 슬픔 잿더미에 묻는다

  더 무거운 등짐을 위해

  세상의 온갖 농담이 몰려온다

 

                    월간 <현대시> 2022년 앤솔로지 첫수록

                    반연간지 <시인들> 2023년 봄호 기발표작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