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가은역/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1. 9. 30. 11:31
가은역
이미산
목 쉰 기적에
손톱이 까만 선탄부 어머니
서둘러 밥을 지었다
하룻밤 묵은 동차가 불끈
근육을 세울 때
막장을 벗어난 눈빛들 검은 풀잎처럼
오래오래 손 흔들었다
안녕, 부디 성공하길
따라오는 그늘 한 줌 문신으로 새겨지고
잡풀 무성한 하루 백 년처럼 고요한데
어머니 등처럼 굽은 철로 붉은 기침을 하네
긴 잠에 빠진 대합실 간간이 뒤척이네
누군가 이마를 짚어주는 듯
* 가은역(加恩驛)은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왕능리에 있는 가은선의 종착역이다. 개역 당시에는
은성탄광(恩城炭鑛)의 이름을 따서 은성역(恩城驛)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나, 1959년에 가은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는 폐역 상태이다.
2021 시인협회 사화집 『역』 수록. (2011년 『좋은시』 '詩앗나눔'에 실렸던 시, 행 제한에 따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