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홍어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1. 9. 17. 14:36

  홍어

 

      이미산

 

 

  사랑이 껍질을 벗고

  ‘잤다라는 사실만이 남겨질 때

 

  거울 속에서 유영 중인 홀로

  심해는 깊을수록 환하다

 

  피를 훔쳐가는 모기는 순간적이다 태연한 척

  그렇게 남겨지는

  오랜 만이야,

  우리 아는 사이잖아,

 

  그 순간 진실했다면 사랑은 사실적이다 평온한 척

  ‘잤다라고 말할 때

  길에서 말라가는 지렁이들

  떠도는 한 쌍의 순간들

 

  수치를 방어하는 몸은 비사실적이다 의연한 척

  누가 말했나 홍어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심해의 고독이 빚은 우아한 춤에 대해 조각조각 잘려 접시에 놓인 몸에 대해 누구는 음미하고 누군가는 뱉어내는 한 조각에 대해

 

  어떤 사랑에 대해

  어떤 진실에 대해

 

  잤냐?

  잤냐구!

 

  그러니 너무 다그치진 마

 

              <시터> 동인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