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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1. 5. 31. 10:06

애월

 

  이미산

 

 

 

당신이라는 감각이 나를 쓰다듬을 때

들려오는 귓속말

 

너의 마음을 보여줘

 

당신이 놓고 간 아침은

기를 쓰며 지저귀는 새들

시들기 위해 피어나는 꽃들

 

나는 늙어 가는데

공허는 나날이 파릇하구나

 

접시 위 통째로 식어가는 두부와

뜨거운 냄비 속 몸부림치는 조각들

 

우리가 완성할 밤은

두부 빛깔로 채우는 만월

 

공허로 공허를 채우며

지극해지는 내부

 

나는 희미하게 웃다가 문득

식은 두부처럼 묻겠지

 

나의 전부인

당신의 마음을 보여줘

 

             계간 <다층>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