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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1. 4. 18. 13:30

농담

 

이미산

 

 

 

배꼽이 간지러워 문질렀다

 

늙은 나무의 물관 속이었다 가지 끝에서 듣는

바람바람바람, 배꼽 밖은 처음 듣는

웃음소리,

 

나는 아이처럼 따라 웃었다

문득 몸이 따뜻해졌다

 

다가가면 몰려오는 회오리,

물러나면 비밀을 삼킨 입술,

 

심장 위에 펼치면

성급한 질문처럼 창문이 흔들렸다 쨍그랑 돌멩이 같은

울음이 날아왔다 그림자 행렬이 달의 영혼을 부려놓았다

남겨진 웃음들

 

본 적도 없는 고조할배가 내 잠든 이마를 쓰다듬을 때

삼키지 못한 쾌락의 열매를 백년 후의 공기에 못질하는 니체의 망치소리,

세상의 주름살에 던지는 조르바의 걸쭉한 외침, 카르페디엠!

 

평생을 웃어도 사라지지 않을 시작이 있었다

천천히 식어간 놀이에 대해

자꾸만 앙상해지는 종아리에 대해

그 시작이 꺼내드는 회초리, 그러나

아파할 줄 모르는

나의 간지러움

 

늙은 여자들이 빈 유모차를 밀며 웃음을 찾아다닌다는 농담이 생겨나고

회오리, 그 어디에 기대어도 휴식이 될 수 없는 엄마들이 남겨지고

 

껄껄껄, 몰려다니는 그것은 어쩌면

괜찮아 괜찮아

 

 

            계간 <시와 편견>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