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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20. 1. 21. 10:27

청산도

                이미산

 

 

 

헛된 날들이 필요했지

삼켜지길 기다리는 포장된 알약처럼 나란히

 

달려간 땅끝마을

배는 벌써 끊겼어요,

 

살아서 만나는 뜨거운 악수

벼랑 끝에 장만하는 한 평의 꽃밭

 

누구에게나 슬픔으로 키운 날개가 있지

몰래 꺼내보는 비상금 같은

 

마지막 깃으로 내 꽃밭의 주소를 새길 때

벼랑이 내어주는 평온한 숨소리

 

불빛 하나 꺼진다고 누가 아파할까*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가득 채운 헛됨으로

 

헛됨의 부력으로

아 그곳으로

 

 

*Linkin Parkone more light 가사


                   계간 <포엠포엠>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