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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눈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9. 8. 30. 17:36


 

숫눈


이미산

 

 

 

땡볕 쏟아진다

차곡차곡 숫눈

 

내 발자국들 삼킨

반짝이는 고요

거기 당신이 서 있다


품속에서 뽀드득

내가 걸어나올 듯

 

모르는 사이도 아는 사이도 아닌

우리는 한때 땡볕처럼 뜨거웠다

 

건네려다 거두어들인 몇 번의 악수

그리하여 빙하에 갇힌 무궁한 미래

그곳에 꽁꽁 언 채로

나는 남겨졌다

 

발자국들 깨어나

흩날리는 눈발이 되고

 

앙상한 등짝 위

젖은 발이 가만가만 새겨지는 그때

 

모든 풍경이 되살아난 얼굴로

아우성치는 그때

 

뽀드득 뽀드득 걸어나오는

땡볕의 유령들


         격월간 <시사사> 2019 엔솔러지 <노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