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연애하는 거울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9. 6. 3. 00:42
연애하는 거울
이미산
달의 미소로 당신을 만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코를 찡긋,
반사각에 당신을 가두고 가만가만 당신 속으로 파고든다 달빛
내려앉는 숲속의 산책, 침묵은 은밀의 밀도를 높여
분주해지는 손
뜨거워지는 속살
가문 대대로 전수된 비밀안개를 불러낸다 당신은 외출도 잊은 채
흠흠, 콧소리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다정이 찰랑찰랑, 우리는 정들었다
한 몸이 되어
지붕을 뚫고 달려간다 창공에 준비된 작은 우주, 비눗방울 속 무지개
그네를 타며 논다 시간이 사라진 공간에서 우리는 홀로 아름답다
당신은 꿈에서도 찡긋거린다 당신이 가진 모든 사소함이 꽃을 피운다
나는 당신의 치부까지 지켜내며 도래할 우리를 오롯이 품는다 이 방으로
귀환할 눈부신 별똥별
나의 고백이 억 겹의 투명을 뚫고 당신 속살이 될 때까지
……무럭무럭 늙어 봄날의 올가미로 남겨질 때가지
계간 <다층>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