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애추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9. 5. 2. 13:06


 

애추(崖錐)

 

        이미산


 

 

잘 굴러왔다고 말해지는 어깨엔

굳어가는 빗금들

 

고아의 표정일까

모르는 과거일까

 

즐기는 벼랑이라는 듯이

오늘의 태양이 농담과 진담의 경계를 지운다

하나의 심장이 품은 하나의 태양이

밀고 당기는 각도에 따라

만개의 슬픔과 만개의 울음으로 번져나간다

 

어떤 식어가는 태양의

깨어나기 직전의 잠이

누군가의 손등을 끈질기게 핥는다

부식된 뼈에 회색의 침을 바른다

 

견디는 자세일까

쌓아올린 질문일까

 

한 번 터지면 제어할 수 없는 둑이라 생각하자

백 년은 흘러내릴 강물소리가 들린다

 

사랑하면 덜 슬퍼질까,

어깨 하나를 내어주고

만 개의 어깨를 빌려왔다



               <열린시학>, 2019년 여름호, <이달의 시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