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다뉴브강의 신발들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9. 5. 2. 13:01

 

 

다뉴브강의 신발들

  

                  이미산



 

우리가 버린 것들의 기분을 다 모아도

저 어처구니에 닿지 못하리


엄마는 모든 버려지지 않으려는 고집을 모아

아이를 끌어안았으니

 

남겨진 신발의 용도란

소용없는 것들의 기록

 

역사를 일으켜세우는 기록이 있고

발가락을 숨기는 예의바른 기다림도 있지만

신발은 사실적인 이별을 예감하진 못한다 용서도 없이 멈춰버린 심장처럼

 

이정표가 지워지면 처음을 가리키는 구두코

몸이 사라져도 중심을 기억하는 뒤축

 

꿈인 듯 농담인 듯

사라진 발을 찾는 신발들의 아우성

 

끌어안은 발자국들 지워질까

강물은 영영 잠들지 못하고

 

  

 

* 나치군에 학살된 유태인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헝가리 다뉴브강가에 조각된 신발들. 



                < 열린시학>,2019 여름호, <이달의 시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