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비지스를 몰라서 미안해요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8. 7. 2. 12:30



 

비지스를 몰라서 미안해요

                                                이미산 

                                        

 

 

나는 주방에서 도마질

울새는 사철나무의 손님

라디오에선 올드팝이 흐른다

 

Don't Forget to Remember

어디에선가 늙어가고 있을 그가

내게 전한 마지막 말이었지

 

무심코 따라 불렀을

저 익숙한 멜로디는 그의 인기척

우연을 빌미로 펼쳐지는 우리의 화음


참 멀리도 왔군요

모르게 다녀가는 울새처럼

늘어진 귀를 모아 맞추는 퍼즐의 완성

흔한 인사인줄 알았어요 울면서도 똥을 싸는 새처럼

그땐 비지스를 몰라서 미안해요


아름다워서 보지 못한 뒷모습

어설프게 영원이 되는 어떤 날



    계간 <다시올 문학> 201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