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다시 여름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7. 5. 1. 02:44

 

다시 여름

 

                  이미산

 

 

 

나무 한 그루가 낳은 귀의 개수는 나무도 모르는 일

이파리 하나가 비워내는 소리의 종류는 귀도 모르는 일

 

바람이 물었다

하나의 귀 속엔 몇 개의 귀가 살고 있니

 

울면서 공원을 돌던 여자가

샛길로 빠져나갔다 귀퉁이가 찢어진

귓불이 발갛게 익은

고요가 남겨졌다

 

귀지를 파다 잠든 미소가

고요의 후기처럼 깊어간다

미소가 담을 수 있는 잠의 부피는 고요도 모르는 일

이파리가 깨울 수 있는 여름의 종류는 유령도 모르는 일

 

초록이 난무하자

절뚝거리는 웃음이 서쪽으로 건너간다

막 태어난 울음이 정면에서 다가온다

 

                     계간  <미래시학> 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