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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7. 5. 1. 02:43

 

암표상

            이미산

 

 

 

 

티켓 있어요,

누구의 호객인가

이명에 떠다니는 나의 티켓들

 

조문객이 되어 마른눈물 훔칠 때

더 흘리거나 덜 흘리는 티켓의 눈물을

꼬깃꼬깃한 테두리와 그렁한 눈동자와 불어터진

유효기간을 생각했다

 

불온은 음란하고

거짓은 게으름보다 더 검은 피라는

낯익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위패가 움켜쥔 티켓을

불온을 외치다 불운이 된 목소리를

유예시킨 행운을 생각했다

 

모든 불운은 갈망하는 행운이므로

하나의 티켓 속에 출렁이는 속삭임 출렁이는 불운들

뒤엉킨 기억과 불편한 목소리들

돌아서서 뒤돌아보는 주인이 있다

두렵고 안타까운 조문객이 있다

 

게으름은 거짓보다 더 음울하다는

낯익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죽음보다 아깝고 음란보다 뜨거운

미사용 티켓을 생각했다

 

               계간 <미래시학> 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