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곡비/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7. 4. 28. 00:49

 

곡비哭婢

 

             이미산

 

 

 

파도는 숟가락을 연주중이다

웃는 듯

우는 듯

 

아직 닿지 못한 그곳은

먼 곳에서 완성되는 가능한 꽃밭일까

 

꽃이 되기 위해 반복되는

밥 먹었니 한 숟가락만 더, 같은

살갗에 밴 목소리 몸 밖으로 털어내는 일

 

부서지는 빗방울 소리에 깨어나는

사실적인 사월

밤새 입술 열어 길목을 다듬고

철없는 꽃이 되고

 

가능한 행위들 물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는 일

 

그리하여 까마득한

흰 꽃

건너가는 동안 끝끝내 살아남은 얼굴들

일렁이는 숟가락들

 

불어터진 웃음이라 해도

찰나의 꽃이라 해도

 

우는 듯

웃는 듯

 

 

                         월간<현대시> 3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