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신혼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7. 1. 16. 16:38
신혼
이미산
소반만 남았다
사라지는 동안 뭘 했나 나의 환상은
소반인 이유를 생각해 본다
서로를 응시하는 가구들 응시의 끝에서 시작되는 암전과
홀짝이는 찻잔처럼 위안을 위해 차곡차곡
사라지는 자세들
개다리 소반만 남았다
날씨를 탓하며 뒤엎이는 내일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그릇들의 반란과
밝아오는 새벽처럼
고요를 위해 덧칠한 울퉁불퉁한 표면
포개진 두 쌍의 다리와
스르르 풀어지는 범람의 곡선들
구질맞게도
구석을 지키는 다정들 낡고 비천해진 분위기
떨어지는 빗방울 보며
어긋난 젓가락의 발바닥 딱딱 맞출 때
기다림의 최후 같은
뭉개지고서야 천천히 흘러가는
물의 성질 같은
<수원문학> 201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