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사/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6. 2. 9. 18:48

 

제사

                이미산

 

 

 

모르는 여자가 서 있다,

누구세요

 

 

서로를 쳐다보며

눈동자에 빗금을 새긴다

 

 

지상에 도착한 해의 지문들

어떤 안부를 핥는 나무의 목구멍이 깊어진다

창문에 매달려 젖어드는 눈길

고대동굴의 질감으로 채색되는 거실

 

 

지느러미 같은 행렬이 통과한다

회화나무 잠꼬대가 여자의 그림자를 키운다

우리는 오래 알고지낸 사이처럼 나란히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본다

 

 

부침개를 뒤집다,

문득

 

              <다시올 문학>, 2016년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