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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기원 /원구식
기호의 순수
2015. 8. 12. 23:55
침대의 기원
원구식
어떤 침대는 무덤보다 오래되어서
오르페우스의 하프가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기도 전에
형체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다리가 짧은 난쟁이 목수들이
연장을 들고 은하수를 건너왔다.
그들은 사라진 침대의 점과 선과 면들의
정확한 위치를 연결했다.
복원이 끝나자
숙련된 시계수리공들이
때를 맞춰
침대에
4차원의 태엽을
감아 주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동네의 개들이
몰려나와 짖었다.
멍멍.
이것은 침대다.
그 다음, 그리스 철학자들이
틀릴까봐 매우 조심스럽게 따라 짖었다.
멍머―엉.
이것은 침―대―다.
(그리곤 신화의 시대가 끝났다)
최초의 침대는 그보다 오래 되어서
공화국에서 추방된 시인들의 후손들이 얼빠진 과장법을 익힐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거대한 운석들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45억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지는 불덩어리로 타올랐다가, 얼음으로 뒤덮였다가,
물속에 잠겼다가, 마침내 솟구쳐 올랐다.
오, 풀이여,
나무여,
물과
화강암과
산소와
생명체여.
화석 속에
종이보다 얇게 접혀진
삼엽충이여.
암모나이트 조개여.
오, 만물의 침대인
대지여.
자명한 공간이여.
시간의 연금술사인
잠이여.
죽음이여.
그 속에 깃든 침대의 몫이여.
이데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