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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몰락/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5. 7. 20. 00:46

 

달의 몰락

                     이미산

 

 

 

외로움은 밤을 좋아하지

엎드려주는 밤의 자세를 좋아하지

어둠계단을 한없이 내려가면

발가벗고 웅크린 몸뚱이 하나

 

외로움은 스스로 몸을 분리하지

가을 냄새 묻혀오는 발자국에게

손가락 발가락 하나씩 떼어주지

마지막 숟가락 되어 마지막 술잔 되어

 

수취인 없는 주소가 되어

낯선 골목 낯선 바람 낯선 외로움

스며드는 검정빛 카타르시스

그리하여 바람 한 줄기 되어 떠나는 뼈의 노래

가사를 지운 웅웅거림

 

외로움은 늙은 나를 불러내지

긴 꼬리 붙잡고 질문하지 얼마나 빙빙 돌아야

점 하나 흘리지 않는 동그라미가 될 수 있겠니

이 어지러움 너의 기척이라면

슬픈 오르가즘에 평생을 견딜 수 있겠네

 

공중에 내걸린 동그라미 하나

눈알이 빠져나간 외로움이네 수억 년 혼절하는 기다림이네

구름이 된 제 살덩어리 지나가도 안녕

안녕 제 뼛조각들 새가 되어 지나가도

지나가도

                           계간 <다시올 문학>, 2015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