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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3. 5. 30. 02:12

 

샴쌍둥이

                   이미산

 

 

 

 

 

 

어느 거울 속에서 우리가 만났던가,

서로 눈 맞추려 애쓴 적 있었던가, 저 홑겹의 얼굴

덜 자란 배경에서 가출을 시도하는 몸짓들

 

 

허공을 떠도는 새들의 출발지에 관해

웃자란 웃음을 키운 눈물의 근황에 관해

질문은 아슬아슬 비껴가네

 

 

한 계절 거울 앞에서 그린 영혼의 지도

달콤한 생은 꿈에서만 자라는 걸까

옆구리에 박힌 돌덩이같은 표정 하나가 뒤척일 때

서로의 얼굴에 내려앉는 헛소리들 미끄러지는 공기방울들

 

 

깨어나면 다시 거울 앞이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나는 거울 속을 들락거리겠지만

바깥에서 자라는 영혼은 무서워요

나는 침묵하는 뒤통수가 필요해요

누가 저 말짱한 거울 좀 깨트려주세요

 

 

거리로 나가 얼굴 하나씩 꺼내

앞서가는 뒤통수에 가늠해보네 거울을 빠져나온

얼굴들 부패한 알처럼 사방에 떠있네

모르는 뒤통수에 몰래 금 하나를 새기네

 

                    격월간 <시인 플러스> 2013년 7-8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