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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역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3. 1. 29. 19:44

 

가은역

                                            이미산

 

 

목 쉰 기적에

손톱이 까만 선탄부 어머니

서둘러 밥을 지었다

 

하룻밤 묵은 동차가 불끈

근육을 세울 때

막장을 벗어난 눈빛들 검은 풀잎처럼

오래오래 손 흔들었다 안녕

부디 성공하길

 

따라오는 그늘 한줌 문신으로 새겨지고

 

지상에 올라온 석탄 뜨겁게 타올라

노을빛으로 환생했나

잡풀 무성한 하루 백년처럼 고요한데

어머니 등처럼 굽은 철로가 붉은 기침을 하네

 

긴 잠에 빠진 대합실

누군가 이마를 짚어주듯 간간이 뒤척이네

 

희뿌연 유리창에 일렁이는 그림자

구름은 먼 곳의 안부되어 흐르고

 

 

                    2011년 시인들의 재능 기부   "詩앗나눔" 수록  

 

 

 

* 가은역(加恩驛)은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에 있는 가은선의 종착역이다. 개역 당시에는 은성탄광(恩城炭鑛)의 이름을 따서 은성역(恩城驛)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나, 1959년에 가은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는 폐역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