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눈물이라는 이름/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2. 3. 19. 03:14
눈물이라는 이름
이미산
철이 없었어요, 아침뉴스에서 흘러나온
고백이 정오의 사거리를 지나 저녁의 주점에 도착한다
술잔들이 고백의 배후를 캐기 시작하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돌아앉은 눈동자가
누군가 떠난 자리에 구름을 꾹꾹 눌러 담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이별이 달려와
꼬리를 감추려는 고백을 물고 늘어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으로 동그랗게 손수건을 접어
꽃이라는 이름을 달아준다
모든 이별의 얼룩들을 무늬라 부를 수 있을까
밤은 모서리가 닳은 조약돌을 껴안고
공기처럼 평온해졌다 바람이 불면 잠깐씩
새로운 이름이 되기 위해 몸을 뒤척인다
노을이 저녁의 고백으로 짠 새 이불을 내어준다
이별을 기억하는 발자국들은 말이 없다
꽃이 피어나는 영원성과 순간이 꽃피우는 폭력성
사이에 놓인 수많은 실금들이 서로의 무늬를 삼켜
눈물의 양식을 준비한다
울지 않겠어요, 저녁 밥상에 놓인
다짐이 집집의 등불을 끄고 하수관에 떨어진다
무늬의 부력에 밤새 골목이 깨어있다
<현대시> 2012, 4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