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11월 / 박진성
기호의 순수
2012. 1. 12. 13:09
11월
박진성
잠 속이에요
비가 옵니다
감각이 젖었습니다
건기(乾期)를 지나며
불면은 새의 뼈를 얻었습니다
감정이 있을까요
감각으로 움직이는 새의 공중,
잠 속이에요
신체와 느낌이 가장 멀어지는 운동
외가와 친가가 섞여 난투극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멀리 있는 그물
나는 없어요
벚나무에서 은행잎이 떨어집니다
야구장 매표소 직원이
티켓 대신 손목을 나누어 줍니다
감정은 지난여름 인조 잔디에 버렸고
감각은 전지훈련 중입니다
애인이 사고로 죽어
유언을 듣지 못했어요
유언을 들을 수 있는
악기를 고용해야 해요
그리고 기근(機根)의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잠 속이에요 꿈에,
감정이 있을 리가요
투명한 비닐우산에
빗방울의 근육이 달라붙습니다
빗속에서, 빗속에서
가까스로 잠 한 채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