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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들 / 이미산

기호의 순수 2011. 5. 11. 18:54

 

 

 

 

  옥상들

                                             이미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옥상들,

그 평평한 바닥에게 지붕아, 하고 불러준다

부풀어오른다 파릇파릇 풀이 돋는다

 

 

옥상과 옥상 틈새로 산봉우리 솟아

흑백의 허리띠 푼다 낡은 치마 펼쳐놓는다

 

 

푸른 무덤 같은, 지붕 위에서 나는 논다

등이 둥그스름 휘어지며 파릇한 날개 솟는다

지붕을 끌어안고 자꾸자꾸 날아간다 어둠을 지나

어둠 속으로 내려앉아 파릇한 별이 된다 파릇파릇

물방울이 솟아 천지간에 파릇파릇한 새싹들

그만 놀고 들어오너라, 목소리에 놀라 쭈욱

미끄러진다

 

여기가 어딜까, 나는 너무 커버렸다

내가 아이를 안고 내 품속의 아이가 다시 아이를

안고 또 안고 우리는 한 지붕 아래 차곡차곡 누웠다

지붕이 밤마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허기진 배를

채운다 마른 트림을 하며 뚝딱뚝딱 지붕을 낳는다

 

아이들 밤이면 손톱을 세워 벅벅

지붕을 긁는다 어디 있니 아가야, 지붕은 아이들의

악몽을 먹고 뚝딱뚝딱 또 지붕을 낳는다 저 높은 곳의

지붕이 저 낮은 곳의 아이를 보며 히죽히죽 웃는다

아이를 부르다 죽은 아이들이 지붕 위에서

춤을 춘다 늬웃늬웃 지는 해를 입에 물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황금빛 침이 흘러 지붕의 모서리가

흠뻑 젖는다

 

 

                                   계간<다시올문학> 2011년,여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