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키스 / 김기택
기호의 순수
2010. 6. 19. 13:05
키스
김기택
처음 네 입술이 열리고 내 혀가 네 입에 달리는 순간
혀만 남고 내 몸이 다 녹아버리는 순간
내 안에 들어온 혀가 식도를 지나 발가락 끝에 닿는 순간
열 개의 발가락이 한꺼번에 발기하는 순간
눈 달린 촉감이 살갗에 오톨도톨 돋아 오르는 순간
여태껏 내 안에 두고도 몰랐던 살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
뜨거움과 질척거림과 스며듦이 나의 전부인 순간
두 몸이 하나의 살갗으로 덮여 있는 순간
두 몸이 하나의 살이 되어 구분되지 않는 순간
네가 나의 심장으로 펄떡펄떡 뛰는 순간
내가 너의 허파로 숨 쉬는 순간
내 배 안에서 네가 발길질을 하는 순간
아직 다 태어나지 못한 내가 조금 더 태어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