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흩날리어 / 이승부
5월의 개
1.
5월의 개가 개뼈다귀를 뜯고 있다. 가마솥에는 개장국이 끓고 있다. 연신 끙끙거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5월의 개.
6.25 때 사람보다 피신을 잘 했다는 복실이는 5월생. 인민군이 법석대는 낮에는 피했다가 밤이면 찾아들어 밥그롯을 비워놓고 사라졌다는 전설의 개. 그 밥그릇 속엔 역겨워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이데올로기들이 가득했다지, 아마.
만세운동으로 쫓기던 내 아저씨도 5월의 개. 순사들이 앞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뒷문을 차고 담장 너머까지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5월의 개. 도저히 믿지기 않는 그 높이와 거리. 나는 개뼈다귀여, 개뼈다귀여를 외치며 하늘을 지고 살았다는 아저씨.
혁명군 최말단 소총수로 총 한 방 쏴 보지 못하고 제대한 후 보신탕집 주인이 되었다는 내 친구도 5월의 개. 이젠 하도 들어 귀가 너덜ㄴ덜해질 정도인 혁명담 속엔 김종ㅍㄹ보다 교활하고 박정희보다 위대하다는 그의 소총이 있었다지, 모르긴 몰라도.
5월, 그날 죽은 아들의 눈알을 개처럼 빨았다는 울 아지매도 5월의 개. 봄밤에 비 내리고, 그래도 나는 괜찮아 울먹이며, 시신도 못 찾아 떠도는 5월의 개들. 펄럭이는 연분홍 꽃치마를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울 아지매는 5월의 신부.
2.
나는 5월이면
불안하므로 식욕에 몰두한다.
베껴먹은
생의 살점만큼
의식은 퇴화하는가.
그날 너는 어디 있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눈치를 보며
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대답해야 하는 나는 5월의 개.
이승부 시집, <꽃가루가 흩날리어>,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