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데칼코마니 / 정운희

기호의 순수 2010. 5. 29. 21:25

 

 

 

 

 

   데칼코마니

                                   정운희

 

 

 

호수에 빠진 달 하나가 물끄러미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네

익룡의 꿈이거나 동그랗게 비행하는 헛것으로

 

꿈속에서 꿈을 건너다보듯

꽃이 꽃을 퍼가듯 하얀 종이 위에

있는 나를 꺼내어 접었다 펼치면

익룡의 날개가 하나씩 진화한다

 

나는 너를 빠져나오면서 잠시,

나는 네가 아닌 듯

 

거울 앞에 선 여자가 자꾸 이별한다

착하게 벗은 몸을 환하게 내걸었으며

달이 핀 창문이 흘러내린다

오늘은 다른 계절이 피는 날

바람 한 송이 가랑이 속에서 저문다

약속이 없이 이곳에 있는 여자를 기다리는

익숙한 밤이 밤의 다른 손을 잡고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내 속엔 꿈꾸는 익룡의 무덤이 있고

그 무덤 속에서 깨어나는 예쁜 새 한 마리 있다

그곳에 다정한 파문이 일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다시 접힐 듯

왼쪽과 오른쪽 저녁의 모든 구름이 사라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