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시집 혹은

하늘새 / 정영숙 (시안황금알시인선)

기호의 순수 2010. 5. 28. 18:43

 

 

 

 

 

 

 

 

 

 

 

 

 

 

단지 북쪽에 태풍이 불었을 뿐이다

 

 

 

 

낚시 바늘에 심장이 꿰였다고 생각하는

곤이라는 물고기

아가미 벌렁거리며

위해의 바닷가에 누워 있다

햇빛 속 꽃그늘 찾아

사력을 다해 하늘로 솟구치다

물 밑바닥에 뒹굴다

 

 

누가 물고기에 낚시를 던진 것인가

물고기에 낚시를 던진 이 없으니

낚시에 걸린 물고기 없다

바람 따라 북해를 헤엄쳐 간 그가 있을 뿐

 

 

내 몸의 아홉 개 구멍을 죄다 열어

하늘에 대고 피리를 분다

피리 소리 일렁이는 물결 만들고

벗겨진 비늘 물방울 되어 하늘로 오르더니

곤이라는 놈, 붕새의 이름 달고

구만 리 회오리바람 타고

내게로 내려온다

 

 

피리 분 사람 없으니

피리 소리 들은 사람 없다

바람이 구멍을 열어 소리 냈을 뿐

단지 북쪽에 태풍이 불었을 뿐이다

 

 

 

 

정영숙 시집, <하늘새>,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