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방 / 이기범 (현대시 시인선)
배경
이기범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
오른편에 기우뚱한 어른
왼편에 배가 볼록한 아이
의자 뒤엔 이마 위가 없는 아이
흰색과 검은색 꽃 무성한 수레
속에는
맑은, 어둑한, 멋쩍은, 뾰로퉁한
얼굴
가슴 쓸어내릴 때
그림자만 남기고
또 어디로 꽃구경을 갔나
생채기 거미줄처럼 늘어가는
사진 저편에
물 빠진 젖가슴만 보인다
이기범 시집, <땅속의 방>,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