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단면도 / 이귀영

기호의 순수 2010. 1. 7. 16:31

 

 

 

 

     斷面圖

 

                        이귀영

 

 

  네가 떠난 후

  내 몸 절반 잘려 나갔다

  내 몸 나도 알 수 없는 내부

  헝클어진 핏줄과 앙상한 뼈들 열려 있다

  머릿속엔 겨울 밤길 네가 걷던 길

  잠자다가 튀어나오는 네 이름이 새겨 있고

  네 노래 네 체온이 아직 하르는데

  언제 절반의 몸 채워지려나

  울컥 바람이 들어온다

  시린 무릎 빈 어깨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듯

  바람이 흘러내려 떨리는 몸

  벌써 겨울이 오는가

  열려 있는 창

  마르지 않은 붉은 벽화

  나 오래전부터 벽에 걸려 있다

 

 

                           이귀영 시집 『그린마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