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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섬에서의 하룻밤

기호의 순수 2009. 1. 11. 12:44

    

 

 

    낯선 섬에서의 하룻밤

 

 

                                                  이미산



  발가벗고 누워 맨살 박박 문질러

  시간의 무늬라도 벗겨내야 하나

  사라지는 무늬들에게 손이라도 흔들어야 하나


  한 백년 씻기고 한 천년 빛나면

  귀가 사라진 저 조약돌처럼, 눈이 하얗게 지워진 저 별처럼

  이 몸뚱이 당신 되어 있을라나


  한 번 밀려가고 다시 한 번 밀려오는 일은

  바람의 충동이며 빛의 기다림일 뿐이니

  한 번 기운 달은 한 번 더 기울어질 일만 남아

  야위는 일만 남아


  당신이 저 푸른 맹목 쪽으로 1 센티미터 기울어졌으니

  나와 당신 사이 바람 한 줄기 영원처럼 지나갔으니

  그 길을 따라 내가 1 센티미터 기울어질 일만 남았네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9년 1-2월호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좋은시 1000 (45)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