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일 내내 아프다
진주 다녀온 이후, 계속 컨디션 저하다 물론 그 이후 무리한 탓이지만...
기침약에 가슴이 너무 벌렁거려 즉시 중지했는데, 이틀이 지나도 벌렁증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빌산장을 안 갈 수 없어 새벽 5시에 딸래미 병원 태워주고 휴게소서 아침 먹고 현장 가니 9시30분.
중장비가 알아서 부르릉거리고 있었다
지적도 상 진입도로가 실제 도로화 되어 있어야 준공검사가 난다나?...
남편은 흙투성이에 땀투성이에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망가졌다 ..
억센 칡덩쿨이며 잡풀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인 칠월, 땅의 속살은 그러나 연하고 수줍다
실내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심심해서 사진 찍고 놀았다 기침이 심하고 울렁증 때문에 책도 집중이 안됐다
비 쏟아부은 후 산골은 어찌나 습한지, 고층아파트 22층의 쾌적함이 살짝 그리웠다
이거 홈쇼핑에서 산 거, 안방 창문에 걸었는데, 맘에 쏙 든다
이것도 홈쇼핑서 산 거, 심심할 때 홈쇼핑 시청이 최고다
그리고 사게 된다, 그리고 배달 받았을 때 치수도 맞고 모양도 맘에 들면 횡재한 것이다, 왜, 시간절약, 돈절약,
이것은 그냥 괜찮은 정도. 사실은 안방 층층커텐과 한 쌍인데, 답답해서 따로 걸었다
빌 산장의 내 방, 저 창문 밖으로 내다보면 산이 보이는데, 근사하다
이 롤스크린도 홈쇼핑에서.. 참 예쁘다 대만족
워드만 되는 거, 못쓰는 컴퓨터 회사에 있으면 갖다주셔, 했더니 남편이 즉각 대령, 설치했다 하여튼 몸으로 뛰는 건 잘하지
맨날 소리만 벅벅 지르고 예민한 내게 상처만 안기면서, 그래도 마누라 시 잘 쓰는 거 엄청 기대하나봐? (급 부담)
전선에 앉아있는 저것들은? 잠자리다 비 개인 후 해가 나니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내가 쓴 동시 (아이와 잠자리채) 중 한 구절, ... 아이는 늘 한 뼘이 부족하고... 를 떠올려본다
늙은 감나무, 더위와 싸우며 열매를 익히고 있다
작지만 아주 달고 맛있는 감, 감나무집 딸인 나는 어릴 때 저 오종 홍시 외엔 절대 안먹었다 (반시, 둥시,는 곶감용이지 홍시맛은 이것과 어림없다)
이번 식목일, 허리가 휘도록 심은 잔듸가 잘 자라고 있다
잔듸 사이의 잡초를 뽑는 일은 고되지만 재미있다 잔듸들의 시원한 아우성이 들리는 듯...
배 묘목 심은지 4년 만에 배가 열렸는데.. 봉지를 씌운다 하면서 깜빡.. 그랬더니 갈라터지다 떨어진다 벌 나비들이 달려들어
즙을 빨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씌워야되는지 고민... 에이, 올해는 곤충들에게 보시해야지
안성 채필녀네 집에서 분양해다 심은 백일홍이 해마다 예쁜 꽃을 잘도 피운다 올해도 군데군데 모종을 많이 했다
이 꽃을 볼 때 마다 필녀가 그립다 필리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그녀, 그러나 시를 등진 그녀...
여긴 내가 식목일마다 어린 묘목 사다가 가꾸는 작은 밭인데, 원래 도라지 밭이라서인지 아무리 캐내도 도라지 몇 그루 꽃을 피운다
도라지도 단아한 꽃, 언젠가 씨앗을 잘 받아 보라색 천지를 만들어야지, 백일홍, 도라지, 붓꽃, 이것이 내 아이템
근데 저 도라지꽃 보니 또 필녀생각, 3년 전 필리핀에 갖다 준 씨앗, 잘 키우고 있는지,
빌산장의 도라지가 해외입양되었다는 놀라운 사실.
참 희안한 거,
남편이 하도 해충퇴치기 타령을 해서 내가 옥션에서 사 준 것, 밤의 푸른 형광빛에 유혹되어 날아든 날것들의 처참한 최후
밤새도록 딱. 딱. 산속의 정적을 깨더니,,, 인간이 잔인하지? 이걸로 시 하나 건져야하는데
중장비의 소음도 그치고.. 하루가 저물고 있다
저 빛살의 그림자.... 몽환적이면서 약간의 우울을 동반하는, 저무는 것에 대한 생각의 무수함...
갑자기 적막해진 현장, 붉은 흙을 분주히 오간 저 흔적으로 인해 적막은 몇 배로 확대된다
산그늘이 드리우고, 태양의 마지막 호흡이 끊기고 나면 이곳은 급속히 어두워지리라
살의마저 풍기는 진녹색의 몸짓이 문득 경건해진다
이미 그늘이 드리운 곳과 아직 빛이 닿아있는 곳의 대비,
나는 행보는 저 등성이 어디 쯤일까